책소개
18세기 인본주의 서사의 전범재난 앞에서 윤리적 성찰과 사회 개혁을 역설한 고전대니얼 디포의 대표작인 『전염병 일지』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로빈슨 크루소』 못지않게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7세기 영국의 페스트 대유행을 일지 형식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압도적인 재난 앞에서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보여 주는 글쓰기의 고전으로 꼽힌다.디포는 1665년의 런던의 모습과, 최초의 감염자가 등장하고 뒤이어 무섭게 확산되다가 절망의 끝에서 페스트가 사그라드는 일련의 상황을 촘촘하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독자는 무려 4세기 전의 영국으로 이동해 그 모든 고통과 절망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재난의 풍경이 때때로 몹시 낯익은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우리에게 이 글이 주는 실감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대니얼 디포. 1660년 영국 런던 근교의 세인트 질에서 양초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4세에 비국교도 학교에 입학하여 신학, 역사, 외국어, 지리, 과학, 도덕 철학 등 다양한 교양을 쌓았다. 목사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23세에 메리야스 도매상을 시작으로 정육업, 담배, 목재, 포도주 등의 운송 및 수출입 교역업에 투자했다. 31세에 파산해 감옥에 잠시 투옥되었고, 이후 벽돌과 타일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했으며, 이때의 경험이 『로빈슨 크루소』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1698년 저술로는 최초인 『사업론』과, 국왕 윌리엄 3세를 옹호하는 운문집 『진정한 순종 영국인』을 출간했고, 국교회의 극단주의를 풍자한 『비국교도 처리의 지름길』을 출판하여 고위 성직자를 모독했다는 죄로 다시 투옥되었다. 그는 수많은 여행과 저널리스트 활동, 정치 활동, 상업과 사업, 무역업 등에 관여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고 이런 갖가지 인생 체험들을 신빙성 있는 문체로 묘사하는 데 아주 능한 사람이었다. 소유했던 토지가 법적 분규에 휘말리자 채무자들을 피해 다니다 71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59세에 발표한 『로빈슨 크루소』는 그의 대표작으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끈 이 작품은 불과 3개월 만에 한 번에 수천 부씩 6쇄까지 찍혀 나왔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그해 8월 속편 격인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 이듬해 후속편 『로빈슨 크루소의 진지한 명상』이 출간되었다. 이언 와트는 「신빙성 있는 시간의 흐름, 신빙성 있는 시공간의 묘사,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신빙성 있는 등장인물, 신빙성 있는 상황, 명료한 문체 등」 형식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작품을 일컬어, 「근대 소설의 효시」로 보았다.
다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몰 플랜더스』, 『잭 대령』, 『록사나』 등을 비롯하여, 영국에 부는 각종 돌풍과 폭풍에 관한 이야기 『폭풍』, 역사서 『대영 제국 합병사』, 가정생활에 필요한 지침들을 다룬 최초의 품행서 『가정의 교사』, 『완벽한 영국 신사』, 자서전 성격의 『명예와 정의에 바치는 호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