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나는 시인이다
허균의 누이이자 조선시대 높은 신분의 벽을 뚫고 천재적인 시재를 발휘했던 조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이 책은 조선시대 천재시인이었던 그녀의 애달픈 생애를 바탕으로 쓴 역사소설이다. 시대가 허락지 않았으나 끝끝내 시인이기를 열망한 불운의 시선詩仙! 허난설헌의 삶과 아름다운 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허난설헌은 조선 중기, 30여 년 동안 관직생활을 하며 동인의 영수를 지낸 허엽의 딸로 태어나 집안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성장하였다. 글을 짓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의 재능은 김성립에게 시집을 간 후에는 오히려 짐이 된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어머니는 초희가 시마詩魔에 들려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며 그동안 써놓은 시들과 지필연묵을 끌어내 불사르는 등 온갖 구박을 가한다. 허초희(허난설헌)는 자신을 억압하는 굴레를 벗어버리고자 시가를 뛰쳐나와 세상을 향하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치며 슬픔과 좌절을 경험한다. 그녀는 여자가 시를 짓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던 조선시대에서 끝내 시인이기를 열망한 비운의 여류시인이었다.
이 책은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슬픔, 눈감아도 아른거리는 어린 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아픔 등 그녀의 가슴 속 깊은 한과 절망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또한 뛰어난 시작 역시 함께 수록하였다. 세상에 아름다운 시를 남겨두고 27살의 나이에 이생을 떠난 허난설헌의 노래는 조선 여인의 삶과 질곡을 고스란히 감싸안았다. 이 책은 애달픈 사연과 탁월한 여인의 심리 묘사로 그 고통과 시름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