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모든 것을 원하고 남자는 단 한 가지를 원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삼십여만 쌍이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실혼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연간 백만 명 이상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현실은 어떠한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서로의 단점 찾기와 끊임없는 트집 잡기가 시작된다.
작가 울라 란(Ulla Rhan)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할 테마인 남녀 문제를 짚어본다. 즉, 이 책은 호감,사랑, 결혼, 질투, 이혼, 외도, 재혼 등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과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주변 커플들의 실제 사례와 옥스퍼드 대학, 뉴욕주립대를 비롯한 유명 기관들의 연구 결과, 설문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제시,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작가가 여자이고, 본문 내내‘우리 여자들’이라고 말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 책은 여성을 위한 변명이라기보다는 자기도 주체하지 못하는 본능으로 인해 괴로워할 수밖에 없는 남자들을 이해하자는 제안, 그리하여 너무나도 다른 남자와 여자가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같이 모색해 보자는 제안에 더 가깝다. 군데군데 여자를 두둔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주름살과 치마 두른 사람만 보면 눈길을 던지는 남편,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감 등으로 고통받는 여자들의 비애에 관해서도 다루지만, 커크 더글라스처럼 잘생기지도, 래리 킹처럼 유명하지도, 도널드 트럼프처럼 부유하지도 않은 남자들의 비애에 관해서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 남녀 간에 전류가 흐르게 만드는 원인이자 남녀 사이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은 골이 생기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한 성(性)에 관한 문제들이 제기된다.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옥시토신의‘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지스팟(G-spot)과 오르가슴(orgasme),‘성인용 그림책’과‘우리 똘똘이’에 이르기까지, 성에 관한 한 작가에게는 어떤 터부(taboo)도 없는 듯하다. 내용상의 충실함을 유지하면서도 거침없는 말투로 읽는 재미까지 선사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