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상실과 이를 견디게 하는 영원함의 이야기
2008년 10월 21일 아침, 영국 유수 매체들에 한 여성의 부고가 실렸다.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제호와 함께, 그녀를 기억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각별한 추모사가 끝도 없이 나열되었다. 그녀는 문단의 별이었으되, 작가는 아니었다. 그녀는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였다. 문학 에이전트로서 캐바나가 영국 문단에서 차지한 위상은 대단했다. 그녀는 작가들도 탄복하는 탁월한 문학적 감식안을 발휘하여 수많은 문인들을 발굴하거나 후원했다.
그리고 그 자신이 한 작가의 아내로서 전천후 뮤즈이자 문단 사교계의 호스티스로 사랑을 받았다. 런던 다트무스에 있는 저택으로 친한 작가들을 초대했다는 그녀의 파티에서 요리를 도맡았다는 그녀의 남편은 다름 아닌 작가 줄리언 반스였다.
캐바나의 죽음은 급작스러웠다. 반스는 침묵했다. 다만, 작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여 맨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함께 묶은 『그림자를 통해』를 펴냈다. 그리고 5년 만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최신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가 자신과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개인적인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이다. 또한 동시에 이 작품은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줄리언 반스는 전후 영국이 낳은 가장 지성적이고 재치 있는 작가이다. 만물박사와 같은 지식, 특히 그의 전문 분야인 예술사와 19세기 프랑스 문학 전반에 대한 묘사는 현란하기까지 하다(실제로 반스는 각종 서평지나 미술 잡지에 플로베르나 푸생의 「전문가」로서 기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이런 정보들을 과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문학에 대한 이러한 깊은 이해를 「작가」의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유머러스하게 요리하고 있다.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의 레스터에서 출생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한 반스는 1969년에서 1972년까지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으며 이후 『뉴 스테이츠먼』과 『뉴 리뷰』 등의 잡지에 평론을 기고하는 한편 문예 편집자로도 일했다. 탄탄하게 다져진 공력을 드러낸 첫 장편 소설 『메트로랜드Metroland』(1980)로 서머싯 몸상(賞)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줄리언 반스는 이후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Before She Met Me』(1982), 『플로베르의 앵무새Flaubert's Parrot』(1984), 『태양을 바라보며Staring at the Sun』(1986),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A History of the World in 10 1/2 Chapters』(1989), 『내 말 좀 들어봐Talking It Over』(1991), 『고슴도치The Porcupine』(1992), 『잉글랜드, 잉글랜드England, England』(1998), 『사랑, 그리고Love, Etc.』 (2000), 『아서와 조지Arthur & George』(2005) 등의 장편소설과 단편집 『크로스 채널Cross Channel』(1996), 『레몬 테이블The Lemon Table』(2004)을 비롯해 수필집과 회고록을 여러 권 펴냈다.
역사와 진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들을 진지하고도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놀랍도록 흥미로운 작품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반스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연이어 수상함으로써 그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1986년 프랑스 메디치상, 같은 해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 M. 포스터상, 1987년 독일 구텐베르크상, 198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부르상, 1992년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1993년 독일의 FVS 재단의 셰익스피어상, 그리고 2004년에는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을 수상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1988년 슈발리에 문예 훈장, 1995년 오피시에 문예 훈장, 2004년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