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도훈 첫 번째 에세이
그의 정제된 단문에는 어른스러운 청년의 사려 깊음이,
청년 같은 중년의 재기 발랄함이 있다.
이 책은 현재 [허프포스트코리아]의 편집장 김도훈의 첫 에세이다. 영화 잡지 [씨네21]의 취재기자, 패션 잡지 [긱 매거진]의 피쳐 디렉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이 책은 그가 17년 동안 글 쓰는 업을 하면서 모은 글 중 가장 아끼는 것들을 솎아내고 엮었다. 솔직한 허영과 부끄러움이 담담하면서도 정제된 방식으로 담겨 있는 그의 단문들은 사람, 영화, 도시, 옷, 물건, 정치까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그는 언제나 시대의 최전선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풍요로웠던 시기, 영화가 새로운 것이던 시기, 온라인 매체가 대안인 시기에 그는 늘 거기에 있었다. 그건 어떤 도시의 속성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은 늘 변화하며, 꼭 그 도시처럼 복잡한, 여러 겹의 레이어로 만들어진다.
그는 외항선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사다 준 일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기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보면서 부산에서 유년을 보냈다. 그리고 캠퍼스 강당에서 불법 복제된 [중경삼림]을 상영하고 영화 잡지가 생겨나던, 그에 따르면 ‘한국 역사상 가장 멋지게 얄팍했던’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내리막을 걷는 지금, 서울에서 중년에 접어드는 중이다. 그가 견뎌온 씁쓸하고 유쾌하고 짜증스럽고 행복한 순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른스러운 청년의 사려 깊음을, 청년 같은 중년 재기발랄함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재미다.
변영주 감독의 추천사처럼, 이 책의 글들에는 당대의 시공간을 풍부하게 상상하는 매력이 있다. 80년대 마산의 적산가옥 골목과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 2000년대 영국 브리스틀과 그 시절 청춘의 불안을 봉인한 영화, 일본의 버블경제와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머금은 카메라, 체코 여행을 함께 해준 장난감…. 여기에 담긴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다른 시공간을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이 구체적이게 된다면, 자기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도 작은 낭만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영국 브리스틀로 건너가 보조교사를 했다. 귀국 후 영화 잡지 [씨네21]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서울 살이를 시작했다가, 교통사고처럼 고양이 한솔로와 사랑에 빠져 서울에 눌러살고 있다. 패션 잡지 [긱 매거진] 피쳐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으로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쓴다.
목차
서문_위악적이지만 필요한 것이 있다
1부_괜찮음과 안 괜찮음 사이에서
나는 포르쉐를 사야 했다
상담을 받았다
바다는 고양이에게 있었다
마산에서 일어난 일은 마산에 머물러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모은다
김찬삼의 세계여행기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인
아버지의 마중
개가 죽었다
어젯밤의 카레 맛
화초 토막 살해범의 눈물
나는 잡지 중독자다
나, 어른은 아니었네
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얄팍한 시대의 퇴장
우리는 모두 썸머 홀리데이를 간다
젊음을 봉인한 영화
어쩌겠나, 모두가 다프트 펑크가 될 순 없는 걸
너의 엑스세대 아저씨
2부_품격과 허영 사이에서
인간의 집
장인의 흔적
서울도 희망이 있었다
서울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는 잊힌 영화다
베이글을 샀다
쏙독새의 카페에는 쏙독새의 마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한마디
모두가 커피를 들고 쇼윈도를 들여다봤다
옷방을 정리했다
생수를 샀다
100퍼센트의 택시는 존재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하게 무의미하게
가난하고 섹시하게
폴린 카엘은 남았다
잡지가 사라졌다
금각사를 불태우라
3부_쓸모와 쓸모없음 사이에서
나는 장난감을 사는 중년인다
쓸모 있는 쓸모없는 것들
나는 왜 지방시를 태우지 못했는가
신다 보니 좋았고, 좋다 보니 신었다
티셔츠는 캔버스다
100퍼센트의 면티를 찾는 법
여자 옷을 샀다
스카프는 화려하고 당신은 용감하다
평양의 니콜라스 케이지
신발을 샀다
안경을 샀다
나는 모카포트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커피와 담배는 한때는 커플이었다
비행기에서 마시는 신의 물방울
마지막 음식
물은 물이고 라면은 라면이다
4부_옳음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백플립이 필요하다
나는 모피를 반대하지 않는다
슬픈 쥐를 보았다 1
슬픈 쥐를 보았다 2
동물윤리적으로 사과하기, 동물윤리적으로 겨울나기
나는 비닐백이 아니랍니다
정글짐을 돌려줘
옳은 시위와 틀린 시위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웃기는 농담
진보·보수를 수술로 고칠 수 있을까?
‘월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얼굴에 침 뱉기
우주에서 죽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