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의 승부사들
기업 사냥꾼인가, 투자의 대가인가?
기업의 생사를 뒤흔드는 막후 세력 사모펀드
2012년, 유통업게 알짜 매물인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가 동시에 매물로 나왔다. 하이마트는 롯데에 넘어갔고, 웅진코웨이는 GS리테일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MBK파트너스가 차지했다. 2011년에는 미래에셋 PE와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이 미국 골프용품 전문 제조업체인 ‘아퀴시네트’를 인수했다. 캘러웨이, 아디다스 등 세계적 기업들을 꺾고 이룬 쾌거였다. 그밖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긴 오비맥주 인수전,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간 만도를 되찾아오기 위한 한라그룹과 KCC 컨소시엄의 인수전 등 국내 주요 메가급 딜 중심에는 사모펀드가 있었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을 갖고 운영되는 펀드의 한 종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사모펀드의 꽃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바이아웃’이라 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길게는 5~10년의 활동 후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이때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되팔아야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성공 실적(트렉 레코드)이 쌓여야 다시 펀드 레이징에 나설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모펀드 최고의 브레인들은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 당사자들끼리 뒷거래를 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정보망을 총 동원하여 인수전에 전력을 다한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대 자본을 무기로 무섭게 달려드는 사모펀드가 위협적인 대상이었다. 사모펀드법이 만들어지고 1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이 진정한 투자의 대가인지, 기업 사냥꾼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모펀드의 주역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수조 원의 자금을 모으는 것부터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다. 그래서 사모펀드를 일컬어 자본시장의 종합예술이라고도 한다. 사모펀드 종사자들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몸담은 사람들, 향후 10년 사모펀드 업계에 새롭게 뛰어들 젊은 인재들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