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책 소개
가을은 저무는 계절이다. 봄이 시작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은 겨울의 시작과 함께 맺고 마는 한 해의 후반기를 본격적으로 알린다. 때문에 우리는 괜히 조바심 내고 또 쓸쓸함을 느끼는지 모른다. 가을을 닮은 영화음악은 우리가 느낄 쓸쓸함을 조금은 덜어준다. 어쩌면 더 깊은 우울함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통점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일찍 저물지만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길어지는 것처럼… 작품 속 영화음악은 노을빛이 되어 우리를 물들게 한다. 가을을 주제로 한 국내외 영화 15편을 골라 영화 및 영화음악 이야기를 펼쳤다.
저자 소개
박신영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며 즐거운 글쓰기를 지향한다. 여행과 사진, 요리에도 취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즐거움을 안겨다 줄 미래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꿈꾸고 있다.
지구레코드 등 다수의 웹사이트를 제작했고, 록 음악 전문지 《핫뮤직》과 음악 및 대중문화 전문지 《라운드》 등에서 디자이너ㆍ편집장 등으로 일했으며, GTB 《행복한 오후》에서 ‘박신영의 문화읽기’ 코너를 진행했다. 공연 기획과 뮤직바 운영, 청취자 모임 및 팬클럽 운영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음악 : 불멸의 사운드트랙 이야기》가 있다.
책 속 & 줄거리
- 계절의 변화에 《달콤한 인생》을 비유하자면, 완연한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더 이상 얻을 것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풍요로운 가을의 선우가 보스의 사소한 부탁과 동료의 편협한 배신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희수라는 이름의 가을바람도 불어오지만, 그를 제거하려는 무수히 많은 가을비를 맞는다. 그리고 선우의 앞에는 차가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 소희는 버스가 되고 재섭은 정류장이 된다. 언제 다가와 언제 떠날지 모르는 덜컹거리는 버스는 저 멀리 나타나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이라고 해봤자,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지붕과 지저분한 벤치가 놓인 것이 전부지만, 재섭은 소희를 애써 거부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섣불리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 따끈하게 한 그릇 말아주려고 준비한 국밥이 뚝배기 안에서 식어간다. 뚝배기처럼 뜨거운 어머니의 품에서 재문 역시 차갑게 식어간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로부터 뜨겁게 태어나 살아오면서 조금씩 그 뜨거움을 잊어가는 것만 같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오늘도 백만 송이 장미에서 한 송이 장미가 시든다. 매일매일 한 송이씩 시들 그 장미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만 같다.
- 《빅》은 어린이와 어른에게 공평한 작품이다. 어린이에게는 빨리 어른이 되는 일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또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이야기한다.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향수와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문에 《빅》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즐겨도 모자람 없는 즐거운 영화다.
- 만약 샘이 일곱 살의 지능을 가진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아이 앰 샘》이란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았겠지. 샘이 비틀즈의 팬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처럼 진수성찬과 같은 영화음악 앨범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 세라가 벤에게 선물을 한다. 벤이 곧 죽을지 모르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 상태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세라이기에, 벤에게 이 선물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벤은 포장을 뜯고 세라가 준 선물을 꺼낸다. 세라가 벤에게 선물한 것은 다름 아닌 휴대용으로 술을 담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술병이다. 글로 이 장면을 전하는 데에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왜 이 장면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하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