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은 왜 하는가
유학(儒學)의 기본 경전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이다. 사서 가운데 『논어(論語)』와 『맹자(孟子)』는 유학의 시조와 중시조(中始祖) 격인 공자와 맹자의 언행을 정리한 책이니 그것이 경전으로 떠받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은 본래 『예기(禮記)』라는 책의 일부분이었는데 후대 유학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해 별도로 떼어낸 뒤 사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학』은 한자로 2천 자도 되지 않는 짧은 글인데, 유가에서 말하는 학문의 목적과 방법의 큰줄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사서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되었다. 『중용』은 올바르고 변함없는 도리를 유가적 관점에서 정리한 형이상학적 내용이다. 이 책은 사서 가운데 마지막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공자조차도 실천하기 어렵다고 한 중용의 덕을 가르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두 책은 저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책들이다. 『대학』은 공자와 증자가,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저자라고 하지만, 많은 동양 고전들이 그렇듯이 후대 유학자들의 짜깁기 작품이라는 설도 만만치 않다.
동양 고전의 번역은 늘 '고전 용어'가 이해의 걸림돌이 되는데, 이 책은 원문이나 보충 해설이 없는 형태의 기획이어서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용어들을 좀 더 쉬운 현대적인 개념으로 바꾸도록 노력했다. 간혹 지나친 개념 설정이 될 위험성도 있겠지만, 그 편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글은 짧은 글 속에 추상적인 내용을 담은 문장들이어서, 속독보다는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독자 나름대로의 이해를 쌓아나가는 독서법이 필요한 듯하다.